엔딩 봤다.
정말 엄청난 작품이었고, 할 말도 많은 게임이다.
일단 일본의 국민 게임이라 불릴 정도의 명작 시리즈인데 국내에서는 한글화가 되지 않아 파판 시리즈에 인지도가 완전히 밀린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이제라도 구작의 리메이크가 한글화되어 한국어로 즐길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4,5,6,8은 모바일로만 한글화된게 유감이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건데, 같은 게임도 어떤 플랫폼으로 하냐에 따라 재미의 감각이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폰은 게임 중에 전화나 메시지, 각종 알림의 방해가 들어오고, 게임을 하다가도 잠시만 한눈을 팔면 바로 인터넷으로 전환해서 딴짓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기 힘든 플랫폼이라 본다.
물론 기존 스마트폰용 게임들은 호흡이 짧은 게임들이 다수라 이런 문제가 부각되지 않지만
드퀘 시리즈는 스토리가 중요한 긴 호흡의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런 환경에 분명히 영향을 받지 않나 싶다.
게다가 쉽게 간과하기 쉽지만 '조작감'이라는건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는데
유일한 조작 방법이 '터치'뿐인 스마트폰은 컨트롤러로 게임을 조작할때보다 재미가 반감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엔 스마트폰에도 컨트롤러를 페어링해서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기기 쉬운 환경이지만, 드퀘 시리즈는 애초에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상하게 드퀘5만 안드로이드 버전이 국내 스토에어서 막혀있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구입가능했다면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로 키 맵핑해서 했을텐데.. (우회하면 구입 가능하긴 하다)
내가 이 게임을 구입해놓고도 플레이는 NDS 한글패치판으로 할까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다.
뭐 그래도 iOS판을 구입하긴 했어도 복돌은 복돌이니까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긴 했지만.. 게임을 하면서 내내 아쉬웠다.
이 게임이 현세대기로 리메이크돼서 한글화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1~3편은 나왔는데 말이야.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게 했다.
스토리가 진짜 미쳤다고 밖엔..
역대급 박복한 주인공의 행보, 파파스가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맨 용사의 정체, 유저가 직접 고를 수 있는 결혼 상대, 그리고 어머니와의 감격스런 재회를 하자마자 또 때려버리는 뒷통수..
주인공 가족에 대해 몰입을 하다보면 정말 안타까운 마을까지 들 정도다.
물론 이정도 박복할 수 있나 싶은 주인공도 결국 아내도 되찾고, 아들딸과 같이 세계를 구한 영웅이면서 한 왕국의 왕으로 추앙받으며 잘 살게 됐으니 해피엔딩인것은 다행이지만.
드래곤 퀘스트 게임을 하면 다른 JRPG랑은 다른 감각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데
드퀘 시리즈 특유의 스탯과 마법 체계가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마법은 굉장히 독특한데, 마법 대미지나 회복 수치가 마법마다 정해져 있다.
베기라곤은 88~112 대미지, 베호이미는 HP 75~95 회복 등.
보통은 마력 수치에 따라 대미지나 회복 수치가 비례해서 증가하는데 드퀘5는 그런거 없다. 애초에 마력이란 스탯 자체가 없고, 총명함은 몬스터가 동료가 됐을때 말을 잘 듣는지에 대한 스탯일뿐 마법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문제는 마법 위주의 캐릭터들은 가장 높은 스탯이 총명함이라는것.. 뭔가 모르게 나사빠진 시스템이라고 느낄법도 하다.
뭐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거다.
드퀘가 가진 기묘한 매력은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이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
바로 몬스터를 영입해 동료로 만들 수 있는 동료 몬스터 시스템이다.
주인공은 '마물사'라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어 몬스터를 때려 잡으면 몬스터가 확률적으로 팀에 끼워달라고 조른다 (...)
동료가 될 수 있는 몬스터 종류는 정해져 있고, 영입할 확률 역시 정해져 있다.
확률은 1/2 부터 시작해 1/256까지.. 1/256은 0.39%라는 극악의 확률이다.
당연히 성능이 좋은 몬스터는 확률이 대부분 1/256이기 때문에 이 몬스터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가다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플레잉 타임의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막상 몬스터를 잡다보면 1/256 확률이라도 의외로 잘 영입되는데, 문제는 메탈 슬라임과 외톨이 메탈(하구레메탈)이다. 얘네는 안그래도 낮은 확률인데 매우 높은 확률로 도망가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영입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기 때문에 영입이 안될때는 더럽게 안된다.
나같은 경우 헬 버틀러나 킬러 머신은 너무나 쉽게 영입한 반면, 1/64 확률의 베호마 슬라임은 더럽게 영입이 안돼서 노가다 시간이 길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몬스터는 잡고 싶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힘들게 잡아서 할만한 컨텐츠가 숨겨진 보스 에스타크 빨리 잡는거 말곤 없다는게 문제지만..
아무튼 이 시스템이 전설로 남았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훗날 많은 게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몬스터들이 단순히 잡몹 취급이 아니라 몬스터 하나하나에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슬라임, 슬라임 나이트, 킬러 팬서 등.
그리고 몬스터 영입하는데 플레잉타임에 반을 들였다면, 나머지 반은 카지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카지노도 드퀘 시리즈의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
아니 그 전에 드퀘뿐만 아니라 예전에 JRPG 하다보면 카지노 게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영웅전설 시리즈라던가.. 심지어 포켓몬 시리즈에도 있었다. 포켓몬은 해외판에선 심의 때문에 잘렸지만..
빠칭코가 일상으로 자리잡아서 전연령 게임에도 카지노를 대놓고 집어넣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본작 최고의 무기를 카지노 경품으로밖에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하긴 해야된다.
당첨이 되면 기쁘긴 한데.. 당첨 확률이 정말 드럽게 낮기 때문에 결국 노가다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리메이크 한정이긴 하지만, 7편부터 도입된 동료 회화 시스템을 보는게 쏠쏠한 재미를 준다.
소위 특정 이벤트를 겪을 때마다 대화 패턴이 달라지는 NPC에게 말을 걸어 여러 사소한 대화나 NPC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는 이른바 'NPC 마라톤'은 명작 JRPG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밋거리.
드퀘의 회화 시스템이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점은, 다른 게임은 NPC의 대사를 주목한다면 드퀘 시리즈는 동료의 대사를 주목한다는것.
즉 NPC가 어떤 대사를 하면 그 대사에 대해 동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즐기는게 동료 회화 시스템이다.
문제라면 드퀘5는 동료 회화를 할 수 있는 인간 동료가 주인공 제외 최종 파티 기준 총 5명인데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파티는 주인공 제외 3명이므로 한번에 모든 동료의 회화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동료의 회화를 보려면 NPC 마라톤을 두번을 해야한다는것...
게다가 마을 사람들의 대사 패턴은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므로 마라톤 시간은 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청년기 후반을 진행할 때 회화 때문에 잠깐 게임을 손놓고 꽤 오래 방치했던 적이 있다..
사실 회화같은건 재미 요소일 뿐 보든 안보든 상관없는거지만..
보물상자가 있나 싶어 일부러 틀린 길을 모두 찾아보지 않으면 직성이 안풀리는 JRPG 환자로서
단 하나의 대사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강박이 오히려 압박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다 도저히 진행이 안될것 같아서 그냥 산쵸와 피핀은 버리고..
주인공 가족으로만 진행하면서 겨우 엔딩을 봤다.
물론 이건 게임이 문제인게 아니라 내 성격이 문제인거기 때문에 평가엔 반영안함.
그리고 이 게임의 아마도 엔드컨텐츠?
바로 주사위 놀이장이다.
말그래도 주사위를 굴려서 캐릭터가 직접 보드게임의 말이 되는 미니게임인데, 함정이 많고 주사위 횟수도 정해져 있어서 꽤나 어렵다. 그야말로 운빨.
일단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면 몇번 도전만에 깰수는 있다. 문제는 주사위 놀이장에 배치되어 있는 각종 보물상자/항아리/서랍에 들어있는 아이템, 주사위 놀이장 안에 있는 또다른 주사위 던전, 보물 창고에 있는 아이템을 다 회수하려면 정말 수십판, 운없으면 수백판을 돌아야 할수도있다.
나도 이건 하다가 포기했다. 더 하라고 하면 할수는 있다. 아이템도 좋은게 많고.
문제는 여기서 좋은 아이템을 얻어도 쓸데가 없다. 엔딩을 보고나면 할 수 있는게 최종보스랑 숨겨진 보스 에스타크 잡는거 밖에 없다.
그래서 몇번 하다가 이걸 계속 할 이유를 못느껴서 그냥 드퀘5는 이걸로 끝내기로 했다.
이미 많이 즐기기도 했고. 총 플레잉 타임은 124시간으로 꽤 많이 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근데 뭔가 약간 아쉽다고 해야하나, 찝찝하다고 해야하나..
파판 시리즈는 엔딩 후 컨텐츠가 풍부하고 목표도 명확해서 올클리어를 했다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물론 스토리 위주의 게임에서 엔딩 보면 끝인게 정상이긴 하지만.
결론. 한글화 때문에 조금 늦게 즐기긴 했지만 내 인생 게임 중의 하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모바일판이 아닌 현세대 콘솔로 한글화되어 나온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사서 다시 할 용의가 있을 정도다.
물론 지금은 얼른 시리즈 정주행부터 해야하긴 하지만. 11이 너무 하고싶지만 일단 순서대로 할 생각이다. 안드로이드판으로 6도 이미 사놨고. 그저 빨리 7,9도 한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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