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까지 클리어.
워낙 좋아했던 시리즈라 리마스터 합본이 무려 한글화되어 발매된다고 했을땐 망설임 없이 바로 구입했었는데
분량이 꽤 긴 게임을 세 작품 연속으로 하긴 뭐해서 어느정도 간격을 두고 플레이했더니 이제야 클리어했다.
3까지 깨고 난 소감은...
뭔가 추억으로 보정되던 좋았던 기억이 많이 퇴색되고 단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달까?
솔직히 말해 "아 역시 재밌네~" 보다는 "아.. 이 게임 왤케 깔게 많지?" 라는 생각만 머리에 남아있다.
일단 말 안하고 넘어갈 수 없는게 번역 상태.
1-2-3 안가리고 각종 맞춤법 오류, 띄어쓰기 오류, 오타가 너무 너무 많다.
솔직히 너무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심각한 번역 오류는 없었기 때문에 참고 플레이했는데
3편에서 마요이가 나루호도와 대화할때 말투가 갑자기 반말과 존댓말을 왔다갔다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짜증이 팍 났다.
말투가 달라지니까 진짜 몰입이 확 깨지더라. 검수를 안했다는 점에서 화가 나기도 하고.
찾아보니까 한패팀에서 한국어화 검수판을 캡콤측에 보냈는데 캡콤이 검수판이 아닌 초벌 번역판을 적용한채 수정을 안해주고 있어서라는데..
게임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검색까지 해가면서 이런 사정을 이해해줘야 하나?
물론 이건 한패팀의 잘못이 아닌 캡콤의 잘못이다.
솔직히 번역 상태가 이정도로 엉망인거 알았으면 이 겜 구입하는데 꽤나 고민을 했을거다.
이미 세편 다 해봤던 게임이라.
그래도 잘 팔려서 후속작들도 리마스터되고 한글화도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구입한것인데.. 하..
두번째로 영매라는 소재의 지나친 비중.
이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 세계관 자체가 원래 그런거다"
"메인 히로인이 영매사인데 어쩌라고"
"오히려 영매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재미 요소가 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예전에는.
솔직히 예전에는 저런 비판들 자체가 이해가 안갔다. 재밌기만 한데? 그뿐이었다.
이제는 한때의 빠심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늙어서 감성이 변한건지, 아니면 시대가 변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매로 시작해서 영매로 끝나는 수준에다가 재판과정에도 상당수 영매가 개입한다.
게임 제목이 '역전재판'이 아니라 '무당재판'이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말에 솔직히 반박하기 힘들다.
다음으로 너무나 허접한 트릭과 개연성.
솔직히 제대로 된 트릭 자체가 없다시피 해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냥 전체적으로 트릭이 너무 말이 안된다.
특히 3편의 최종 챕터의 메인 트릭인 "시체를 어떻게 이동시켰는지"에 대한 트릭이 "진자운동"이란걸 봤을땐
정말 맥이 풀리고 몰입이 깨지고 어이가 없음을 넘어 너무 큰 실망을 느꼈다.
그냥 불리한 상황을 역전한다는 짜릿함, 그 하나만 보고 그 전까지의 과정은 참고 플레이한다는 느낌.
그리고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왜 자꾸 형편좋게 자꾸 기절하는건데. 또 중요한 순간에 기절이냐? 나참..
그리고 이 게임은 캐릭터 게임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법정의 다툼, 추리, 트릭의 정교함보다는
각 캐릭터들의 캐릭터성과 개그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게임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마저도 각 캐릭터들의 행적이 이해가 안가는게 너무나 많다는 점.
예를 들면 3편에서 고도와 마요이의 관계.
자기를 구하려고는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어머니를 죽인 사람에 대한 미묘한 감정 묘사는 전혀 없이 무조건적으로
고도를 감싸는 마요이의 행동은 아쉬웠고
마요이의 어머니는 자신과 가문의 명성에 큰 먹칠을 했다고 해도 왜 마요이를 15년 넘게 방치하면서 고아로 버려뒀는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고, 정작 본인은 그림책도 출판하며 잘 살고 있었다 (그렇게 딸을 생각했으면 옆에 있어주라고)
이렇듯 시리즈가 갈수록 각 캐릭터들의 설정이 이것저것 붙으면서 뭔가 억지 설정도 많아지고.
뭐 아무튼 많지만.. 솔직히 1,2편은 한지 좀 돼서 정확히 기억이 안나..
다음으론 세계관과 게임시스템 그 자체.
이 게임은 현실의 재판 시스템과는 상당히 다르다.
물론 현실이랑 너무 똑같아도 문제긴 하고, 게임이라는 특성상 어느정도 이런 설정이 필요하다는걸 이해는 하지만
이 게임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유죄추정의 법칙이 구현되어 있다.
그러니까 검사가 지목하면 범인이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어느정도의 증거는 확보한다. (물론 대부분이 진범이 흘린 가짜 증거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는 검사의 입증책임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래서 변호사가 무죄임을 입증 못하면 무조건 유죄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단순히 의뢰인을 무죄로 만드는게 아닌, 재판 과정에서 관련 인물 중 진범을 고발해 진범의 범행에 대한 입증까지 해야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알리바이나 범행동기도 다 변호사가 입증해야 한다.
뭐 변호사가 주인공이니 어쩔수 없다곤 해도
검사 니들은 왜 입증은 안하고 공격만 하니..
이게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검사는 그저 매번 헛발질하는 무능력한 집단일 뿐이라는 인식만 남게 되니 각 검사와 형사들의 캐릭터성에도 타격이 가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검사와 형사가 완전히 상하관계로 그려지는데.. 일본은 어떤지 잘 몰라서 그렇긴 하지만 이정도일까 싶을 정도고
이것도 현실과는 전혀 다른 역전재판 세계관의 특수성일수도 있지만
검사가 형사의 급여까지 지멋대로 관여할 수 있다는건.. 글쎄..
또한 이 게임은 거의 대부분 <1회 탐정 파트>-<1회 법정 파트>-<2회 탐정 파트>-<2회 법정 파트>의 구성을 따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조금만 해봐도 알게 된다.
1회에는 별게 없다는걸.
1회는 그저 2회로 가기 위한, 판결을 다음날로 미루기 위한 시간끌기일 뿐이라는걸.
심지어 결정적인 인물이나 증거는 1회에 아예 나오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2회에 가서야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데
그러다보니 1회가 별 의미가 없어진다는거.
솔직히 분량 뻥튀기로밖에 안느껴진다.
2회에 1회와 같은 맵을 돌아다니는거 꽤 지겹다.
나루호도는 의뢰인을 믿는다는걸 계속 강조하지만, 그건 그냥 의뢰인의 인간성에 기대서 믿는다는것 뿐이지
의뢰인이 무죄라는 어떠한 증거나 준비도 없이 재판에 들어가서 재판을 치루는게 1회의 내용이다.
심지어 나중에 곡옥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아 사이코락이 안보이니까 거짓말은 아니군"이라며 그야말로 이게 변호사인지 무당인지 구분이 안가는 대사나 날리며 의뢰를 맡는데, 주인공이지만 꽤나 한심하다.
그외 아쉬운점은 텍스트 위주의 게임이면서 백로그 기능이 없다는것도 꽤 불편하다.
뭐 이렇듯 오랜만에 하다보니, 그리고 게임 자체가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단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분명 내 기억속엔 상당히 재밌게 했던 게임이고, 명작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수작으로 분류하던 게임이었는데
아마 이번에 다시 게임을 하면서 평작~수작 사이 정도로 내 개인적인 평가는 내려갈듯 싶다.
그래도 게임을 하면서 그나마 좋았던점?
게임 클리어한지 워낙 오래돼서 스토리 다 까먹어서 1회차하는 기분으로 했다는거.
1편의 경우 네다섯번은 플레이했던지라 어쩔수 없지만.
2,3편은 정말 놀랍게도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ㅋㅋ
그리고 개그코드 자체는 꽤 잘 맞아서 대사 읽는 맛은 있다는거.
그리고 저렇게 단점들을 나열해놨지만 재미가 없다는건 또 아니라, 3편까지 정주행했으니 후속작들도 계속 정주행하긴 할거다. 당장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 456이랑 역전검사도 리마스터되면 좋겠다. 근데 대역전재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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